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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귀에 탁탁 꽂혔다. 어떨 때는 시원하게 내리치는 타악기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애절한 현악기 같기도 한 그 소리가 좋았다.
혼자 힘으로 피아노 의자에 기어 올라갈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스스로 건반을 두드려댔다. 이웃의 불평을 듣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는 피아노에 몇 겹으로 방음장치를 해야 했다.
어머니는 백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.
너처럼 멋대로 쳐서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어.
어머니는 피아노를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백현에게 처음에는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다.
그런데 그가 가르쳐주는 대로 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치는 것을 좋아하자 얼마 안 가서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었다.
하지만 가르쳐주지 않아도 백현이 8살이 되자 어머니보다 더 잘 치게 되었다.
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처음에는 재능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인 줄 알았다.
점점 크면서 어머니의 뜻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.
음악교육을 시켜줄 돈이 없다는 거구나.
미혼모였던 그의 어머니는 혼자서 그를 키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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